압구정현대백화점 - 밀탑빙수

빙수의 교과서와 같은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 밀탑빙수. 그냥 아무것도 없다. 곱게 간 얼음과 팥, 떡 2조각이 전부다.
물론 우유도 좀 타있지만 (연유?는 넣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심플 그 자체다. 사진은 밀크팥빙수 7,000원.

가격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재료의 충실함으로 그걸 모두 커버하는 것. 팥도 직접 삶고, 떡도 직접 한다.
양도 적다. 아이스베리 같은 곳과 비교해보면 1/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밀탑빙수의 핵심은 빙질이다. 팥빙수의 생명은 얼음이 얼마나 곱게 갈렸는가 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판매되는
대부분의 빙수기계들은 얼음에 건더기가 생긴다. 조각 얼음이 나온다는 뜻. 이건 빙수의 품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빙질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본 적이 있었는데 얼음을 어떻게 얼리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냉장고 조각얼음으로 갈아서는 고운 빙질이 나오기 어렵더라는 것!
또한 카페 같은데서 흔히 쓰는 사각형 빙수기계도 별로다.

내 생각에는 큰 업소용 얼음의 투명한 부분을 사용하되, 고급 빙수기를 쓰고, 빙수기 칼날의 예리함을 계속 갈아서
유지하고 곱게 갈리도록 빙수기에서 얼음을 누르는 압력을 잘 조절하는 것이 빙질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개똥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빙수 제조자가 아니어서 그 황금비율 따위는 알 턱이 없다. 

그래도 얼음을 가는 커터칼날은 뭔가 좀 달라야 하는 것 같다.
커피빈이나 스타벅스의 프라프치노 믹서기는 일반 믹서기와 좀 다르다. 한눈에 봐도 좀 튼튼해 보인다.
그래서 집의 믹서기로 얼음을 아무리 갈아봐도 그 빙질은 안나오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믹서기 꼭 갖고 말꺼다.

아무튼 그 빙질 때문이라도 밀탑 빙수는 계속 생각이 난다. 고운 빙질이 우유에 사르르 녹아들고 직접 삶은 팥은
군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떡도 먹어보면 쫄깃함과 신선함이 남다르다.
또 압구정 현대 인테리어는 다 변했지만 밀탑의 인테리어는 몇년째 그대로이다.
그냥 언제나 똑같은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좋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카페들의 팥빙수도 맛있는 곳들이 있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20,000원씩 한다. 물론 양은 2배이지만..


이날은 딸기과일빙수도 먹어보았다. 7,000원.
과일빙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싸구려 시럽맛이 싫어서.. 그래서 밀탑에서도 한번도 과일빙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첫 시도! 근데 이건 딸기시럽이 잔뜩 들었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싸구려 맛이 하나도 안난다. 새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나는 게 이런 빨간 빙수는 처음이었다. 오히려 밀크팥빙수보다 이게 더 맛있었다. 과일도 비록  몇조각(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수박 2조각씩)이지만 신선하고 잘 어울렸다. 아무튼 실망하지 않은 최초의 과일빙수! 매우 만족!


사실 팥빙수는 한낮에 뜨거운 햇빛이 가게 유리창 밖에서 부서지는 걸 보면서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먹어야 제 맛인데 현대 백화점은 사실 그런 정취는 없는 게 좀 아쉽다. 1층 야외 테이블에 배달해 주려나...

 태양이 뜨거운 날에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여름날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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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쩨인 | 2008/06/30 10:38 | gourmet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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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케이디 at 2008/06/30 13:16
어딘가서 슬쩍 들었는데 얼음가는기계를 엄청 비싼 걸 쓴다더라고요...정말 맛있죠 밀탑 빙수.
Commented by 쩨인 at 2008/06/30 17:39
그렇군요~! 그런 비밀이 있었군요!! 역시 고급 빙질은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Commented by puella at 2008/06/30 13:25
밸리에서 왔어요. 벌써 빙수가 땡기는 시즌이군요. 아아, 밀탑 빙수 먹고픕니다.
Commented by 쩨인 at 2008/06/30 17:43
그러게요. 드디어 빙수 시즌이 시작입니다. 아직 2-3달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그런데 puella는 어떻게 읽는 건가요?
Commented by 아무로 at 2008/06/30 17:47
저도 이 곳 빙수에 환장하는 사람이랍니다. 밀탑 안쪽에 있는 얼음 가는 기계를 언뜻 본 적이 있는데 보통 카페에서 쓰는 거랑 다르더라고요. 카페에서는 기계의 통 안에 작은 얼음들을 넣고 전원을 넣으면 달그락 거리면서 갈려 나오는데, 밀탑은 한 개의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끼워서 위에서는 눌러주고 밑에서는 칼날이 돌아가면서 갈리게 생긴 도구 사이에 끼워 놓았더라고요. 엄마께서 옛날에는 얼음 갈 때 다 저런 식으로 된 걸 썼다고 하시던데.... 여기 팥도 맛있고, 떡도 맛있고, 얼음도 곱고~~ 완소 가게에요. 가격은 4천원 할 때가 그립지만요. ㅠㅠ
Commented by 쩨인 at 2008/07/01 20:58
담번에 가면 기계도 좀 주의깊게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4천원이 정말 엊그제 같네요.. 3천5백원도 했었던 것 같은데... 오늘 편의점에서 보니까 새우깡이 양은 절반인데 800원이더군요 ㅠ.ㅠ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30 18:28
ㅎㅇㅎㅇ 날도 더운데 맛있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쩨인 at 2008/07/01 20:59
날 뜨거울 때 밖에서 헤메다가 먹으면 최고일 것 같네요. 그나저나 유로2008도 끝나고...심심하네요^^
Commented by peace at 2008/07/02 16:49
뭐든 씸플한게 좋죠. 빙수에 괜히 쓸데없는은 아니고 하여간 젤리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다 넣어도
맛이 크게 좋아지는 건 아니니...
Commented by 쩨인 at 2008/07/03 18:32
맞아요. 심플한게 최고입니다. 심플한게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리고 쓸데없는 것들 맞습니다. 젤리(특히 설탕 발린!!), 과자, 이상한 시럽(특히 딸기와 초코시럽), 후르츠칵테일 그리고 제일 싫은 컬러과자가루! 이런 것들은 넣을 수록 맛이 지저분해지지요.
Commented by peace at 2008/07/04 11:39
맞습니다! 컬러과자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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